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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야기를 찾아/오래된 이야기

그대가 이고 있는 죽음 - '다모클레스의 칼'이야기


힘이 있는 자가 지고갈 숙명에 관한 이야기

가난한 자가 부자를 부러워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니던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것이 돈과 권력이 아니던가?

꽤 유명한 이야기를 소개하려 한다. 2400여년 전부터 전해지는 '다모클레스라의 칼'이라는 이야기다.

 
- 다모클레스의 칼 -
The Sworld of Damocles

 BC 4세기 전반 시칠리아의 시라쿠사에 있었던 일이다.
 옛날에 디오니시오스라는 왕이 있었다. 사람들은 그에게 복종했고, 그의 궁전은 아름답고 값진 물건들로 가득했다. 그의 곁에는 그의 명령을 수행할 하인들이 항시 대기하고 있었다.
 디오니시오스에겐 다모클레스라고 하는 측근이 있었다. 다모클레스는 디오니시오스의 권력과 부를 부러워했다. 하루는 다모클레스가 디오니오스에게 말했다.
"얼마나 행복하시겠습니까! 왕께서는 누구나 바라는 것을 모두 가지고 계시니 말입니다."
"그대는 내 자리가 탐이 나는가 보군."
"아닙니다, 왕이시여! 다만 저는 단 하루만이라도 폐하의 부와 쾌락을 누릴 스 있다면 무엇을 더 바라겠느냐고 생각했을 뿐입니다. 무례하였다면 부디 용서해 주십시오."
"아니다. 재미있군. 내일은 그대가 왕이네. 자네 뜻대로 해보게나."
 그리하여 다음날 다모클레스는 궁으로 인도되었다. 하인들에게는 그를 주인으로 모시라는 명이 내려졌다. 다모클레스가 자리에 앉자 풍성한 음식이 차려지고 호화로운 연회가 열렸다. 그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것이라면 어느 것 하나 부족함 없이 갖추어져 있었다. 향기로운 술과 아름다운 여인, 진귀한 향수, 그리고 흥겨운 음악.
 그는 푹신한 방석에 기대어 오늘만큼은 자신이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한참을 즐기던 다모클레스가 우연히 천장을 바라보게 되었다. 날카로운 칼이 그의 머리 위에 매달려 있지 않은가! 그 칼은 단 한 가닥의 말총에 매달려 있었다. (말총이란 건 말의 꼬리털입니다.)
 다모클레스의 입가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손이 떨리고 표정은 쟂빛으로 변했다. 더 이상 술도 필요하지 않았고 값진 음식도 싫었다. 음악도 더는 즐겁지가 않았다.
 "뭐가 잘못되었나?"
디오니시오스가 물었다.
"저 칼! 저 칼!"
다모클레스는 소리쳤다. 그는 완전히 넋이 나가 움직일 생각도 못했다.
"그래. 자네 머리 위에 있는 칼이 언제 떨어질지 모른다는 건 나도 아네. 하지만 그것이 뭐가 그리 대수로운가? 내 머리 위에는 항상 칼이 매달려 있단 말일세. 나는 매 순간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두려움 속에 산다네. 참주의 권좌가 언제 떨어져 내릴지 모르는 칼 밑에 있는 것처럼 항상 위기와 불안 속에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을 그대는 몰랐단 말인가?"
"용서해 주십시오. 이제야 제 생각이 잘못되었음을 알았습니다."
 그 후로 다모클레스는 평생 동안 부자가 되고 싶다던가, 왕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잠깐이라도 하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로마의 연설가 키케로가 자신의 연설에 인용함으로서 유명해 졌다. 이후 '다모클레스의 칼(Sword of Damokles)'이란 말은 매우 절박한 위험을 뜻하는 의미로 속담처럼 쓰이고 있다.


 또 1961년 9월 25일 UN 총회에서 당시의 미국 대통령 케네디가 연설 중 '우연히 일어날 수 있는 핵전쟁의 위험'을 경고하기 위해 이 이야기를 인용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핵무기를 인류의 머리위에 걸린 다모클레스의 칼이라고 비유했던 것.
 그런데, 아이러니하다고 해야 할까, 케네디는 핵무기가 아닌 단 한발의 총탄으로 죽었다. '미국의 대통령'이라는 권좌의 머리 위에도 또 하나의 '다모클레스의 칼'이 걸려 있었다고나 할까.

다른 이야기를 하나 더 소개한다. 영국의 민속학자 프레이저의 저서 『황금가지』에 실린 '죽음의 숲의 사제'란 이야기가 있다.

 '죽음의 숲'은 금기의 지역으로, 이곳으로 도망쳐 '죽음의 숲의 사제'가 된 노예는 노예의 신분을 면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곳에는 이미 지난날의 노예였던 '죽음의 숲의 사제'가 존재했다. 따라서 나중에 온 노예는 그 사제를 죽이고, 스스로 사제가 되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었다.

 이 이야기를 들으니 무엇이 생각나는가? 이 이야기와 다모클레스의 칼과 어떤 유사성을 느껴지는가?
 역사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몇몇 이름들을 떠올리셨을 지도 모르겠다.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일들이 많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고려의 무신정권 때라던가, 조선 초기 때라던가. 아니, 그런 정변의 시대에 그런 일들이 표면적으로 드러나고 빈번했던 것 뿐이지, '죽음의 숲의 사제'와 같은 이야기는 지금도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다. 나쁜 것이라기 보단 당연한 힘의 속성이다. 수많은 사람들의 이해관계속에 필연히 일어나는 사건들이다.

힘들 둘러싼 힘의 충돌은 인류가 있는 곳이면 어디에 사는 어떤 민족이든 시대를 불문하고 계속되어 왔다.
'다모클레스의 칼'은 이러한 힘들의 속성을 잘 보여주는 일화라고 할 수 있다.

'다모클레스의 칼'에 빗댈 수 있는 것은 비단 돈과 권력 같은 것만이 아니다.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마찬가지이다. 기회비용 없는 선택이란 없듯이 누구든 누리는 것이 많다면 감수해야 하는 것도 많은 법. 산이 높으면 골짜기가 깊듯이 말이다.

그대 역시 죽음을 이고가길 원하는가? 물론 그 정도 배짱없이는 왕좌를 지키기는 커녕 어떤 힘도 얻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부디 신중하기를. 케네디처럼 정말로 말총이 끊어져 버릴지도 모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