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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를 누비며/북큐슈여행기

[여행자노트_3] "나가사키" 역사의 상처(1)


# 2월 8일 부터 2월 12일까지, 총 4박 5일간 북큐슈 지방의 일부를 여행했습니다.
# 중간중간에 북큐슈 여행과 관련된 유익한 지식들을 이야기가 벗어나지 않는 측면에서 정리했습니다.


여행자노트. 2010. 2/10

제 3일. 나가사키.
~ 역사의 상처 ~
원폭 피해지, 동양 최초의 서양과의 문물 교통 기록, 문화재 등을 체험한다.

1. 츠바메

아침의 고통은 어딜가나 마찬가지이다.
무진장 걷고 난 뒤의 날은 어쩔 수 없이 힘들다.

그래도 여행을 멈출 순 없었다. 예상시간보다 좀 늦잠을 자긴 했지만, 목적지를 향해 이동했다.

나가사키로 가기 위해선 열차'츠바메'를 타야했다.

츠바메 역시 매력적인 열차다. 그 이름은 '제비'라는 뜻.
깜빡하고 아침엔 열차를 찍지 않아서 대신 밤에 찍은 사진을 올렸다.
이 사진은 나가사키 마지막 포스팅에 재탕할거다.

2. 나가사키


나가사키에 간 날은 상대적으로 날씨가 맑았다. 밝은 햇빛 덕분일까, 흘러가며 반짝이는 하늘을 바라보는 동안 찌꺼기처럼 남아있던 피곤기가 먼지처럼 사라졌다.

나가사키 역에 도착하여 역을 나서며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건 이 인형들이었다.

주..중국풍이다..

나가사키는 일본이 외부의 문물을 받아들이는데 큰 기여를 한 도시다. 1571년 포르투갈과의 교역을 시작으로 무역항이 되었고, 일본이 쇄국정치를 실시하던 에도시대에 중국, 네덜란드 및 포르투칼 등의 나라와의 무역이 유일하게 허락되었던 도시다.

그 때문인지 도시 곳곳에 (일본의 입장에서)이국적인 조형물 등이 많다.


나가사키 역에서 좀 나아가면 커다란 육교가 있다.
이 육교 역시 인상적이었다. 무진장 크다!


이 무지막지하게 큰 육교위는 마치 광장같다.
철조망을 올려서 공이 떨어지는걸 막는다면, 농구정도는 거뜬히.. 아니, 초중생 축구정도는 할 수 있겠다.


육교 밑으로는 큰 도로가 있다. 자동차들과 노면전차들이 돌아다닌다.
이곳에서도 노면전차, 버스, 택시등등의 대양한 교통수단이 있는데, 이들중 노면전차가 가장 편리하다고 해서 노면전차를 선택했다. 저렴한 가격으로 꽤 먼 거리를 편하게 왕복할 수 있다. 다만 목적지까지 온전히 도착하기 위해서는 대부분 좀 걸어야 한다.




우리는 노면전차를 타고 나가카키 평화 박물관으로 향했다.





노면전차의 요금은 거리에 관계없이 대인 기준 1회 100엔. 하루종일 횟수에 제한없이 마음대로 탈 수 있는 1일 승차권은 500엔이다. 노면전차 1일 패스는 나가사키 역 내의 여행안내소에서 구입할 수 있다.

왼쪽은 노면전차 1일 패스의 이미지. 저렇게 생겼다.


3. 나가사키 평화 박물관 (1) - 입구


거대한 검은 버섯모양의 구름 기둥이 일본 나가사키에서 두번째 원자폭탄이 터진 후 상공으로 2만 피트(상공 6천 미터)까지 치솟고 있다. 이 사진은 1945년 8월 9일 나가사키에 원폭이 투하된지 3분 후에 촬영된 것이다.

에이피통신


나가사키.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에 의해 원자폭탄이 투하된 도시. 유감이지만, 여행을 계획하기 전에 평소에 나가사키에 대한 내용은 이게 전부였다.

사실, 미국이 2차 대전 당시 원폭을 투하하려고 했던 곳은 히로시마와 고쿠라였다고 한다. 먼저 히로시마에 원폭을 투하한 뒤, 둘째로 고쿠라에 투하하려던 중 기상상태가 안좋아서 정확한 투하지점을 찾기 힘들게 되자 대신 폭탄을 투하한 곳이 나가사키였다.

고쿠라는 군수산업체의 공장이 가득한 공업도시이다. 그렇기에 미국은 고쿠라에 원폭을 투하하려고 했던 것인데, 엉뚱하게 나가사키가 원폭을 맞고 폐허로 변하게 되었다. 그래서 나가사키에는 당시의 상처를 기리는 평화공원과 원폭중심공원이 자리잡고 있다.


폐허로 변하고 방사능으로 오염됬던 곳에도 도시는 다시 살아났고, 사람들은 또 다시 살아간다

우여 곡절 끝에 도착한 나가사키 평화 박물관. 여기를 찾아가는 중에도 길을 여러번 물어 찾아갔다.

이때 알게 된 사실이, 정말로 일본인들은 'right(오른쪽)', 'left(왼쪽)'를 발음할 때 '라이또', '레쁘또'라고 발음한다는 것이다. '고 스뜨레이또(go straight)'라고 발음할 땐 되물어 볼 수 밖에 없었다. 아, 그리고 간판이나 안내판을 '플레이또(plate)'라고 한다.


또 깜빡하고 입구부터 사진을 찍어오지 않았다.
아무튼 여기가 평화박물관의 건물이다.

 
 
 

이곳에 있는 모든 구조물, 조형물이 평화를 기리는 의미를 담고있다.


광장에 흥미로운 조각품이 있었다.
 
 

'슬픈 이별'이라는 제목의 조각상. 원폭에 의해 목숨을 잃어 화장할 수 밖에 없었던 두 소녀를 기리며 만들어진 조각상이다. 어른들의 사정에, 시대의 흐름에 휘말려 미래를 잃은 아이들을 떠올리면 어쩔 수 없이 침울해진다.


조각 왼쪽편에 작은 유리병이 있다. 종이 학들이 여럿 담겨있고 '평화'라고 쓰여있는 종이가 붙어있다. 평화를 기원하는 소박한 정성에 가슴이 뭉클해진다.

전날 비가 내렸지만, 평화를 상징하는 종이 학들은 젖지 않고, 처음 놓여있던 그 자리에 그대로 있다.


'슬픈 이별'뒤로 의미를 알기 힘든 조형물이 있다. 처음엔 그냥 의자같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바닥의 문양들과 조형물들의 배치는 평화를 상징하는 기호라고 한다.
저 기호들이 왜 평화를 상징하는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본격적으로 평화 박물관을 구경하기 위해 평화 돔 안으로 들어간다.
하늘도 심상치 않다. 비가 올지도 모르겠다.

ps. 2010/12/5 21:20 노면전차 1일 패스의 이미지를 첨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