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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를 누비며/북큐슈여행기

[여행자노트_4] "유후인" 아름다운 마을(4)


# 2월 8일 부터 2월 12일까지, 총 4박 5일간 북큐슈 지방의 일부를 여행했습니다.
# 중간중간에 북큐슈 여행과 관련된 유익한 지식들을 이야기가 벗어나지 않는 측면에서 정리했습니다
여행자노트. 2010. 2/11

제 4일. 유후인.
~ 아름다운 마을 ~
일본의 작은 온천마을 유후인에서 즐긴다.

4. 유후인의 거리 (2)

만화 가게가 있었다. 원피스가 인기가 많은 때문인지 온통 원피스로 도배되어있었다. 


즐거운 모험이야기 원피스! 유후인의 명물이라던가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재밌는 만화를 보는건 반가웠다. 물론 여기서 원피스 관련 상품을 사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지만. '유후인'다운 컨텐츠는 아니었다.


그래도 가게의 분위기나 배치는 유후인답다는 느낌이 든다. 추억이 서려있는 구멍가게 같은 느낌으로.


티셔츠, 양말 따위도 판다. 솔직히 잘 팔리련지는 잘 모르겠다. 그냥 만화 팬을 타게팅한걸까.


늦은 점심을 먹어야했다.친절하게도 배가 고플 무렵에 식당가가 나타났다. 어디로 갈까 둘러보다가 가게가 이쁜 곳을 하나 골라잡아서 들어갔다. 비도 오고, 배도 고파서 얼른 뛰어들어갔다.


여느 유후인의 가게들과 마찬가지로 가게의 모양도 소품들도 이쁘장하고 아기자기한 맛이 있는 가게였다.




다시 생각해 봐도, 여자아이들이 좋아할 것 같은 곳이다. 아무래도 이런 소소하고 아기자기한 것을 즐기는건 남자들 보단 여자들이니까. 사실 여행지로서는 정말 좋았지만, 이곳에서 살지는 못할 것 같다. 아무래도..Wi-Fi는 안 터지니까..(?)



밥은 평범했지만, 저렴하고 맛있었다.

5. 긴린코 호수

유후인의 명물 중 하나라는 긴린코 호수에 갔다.


비가 온 탓인지 생각만큼 이쁘진 않았다. 보자마자 '이거야?'라는 소리가 나왔다. 영화에서 나올법한 반짝거리는 호수를 기대했는데. 그냥.. 호수였다. 비오는 날이고 워낙 구름이 많은 날이라 안개가 낀 모습도 기대했지만, 그리 큰 호수가 아니라서 그런 모습은 연출되지 않았다.


이곳에도 뭘 모시고 있는걸까? 갓파 같은게 팍 튀어나오면 재밌을텐데.


긴린코 호수는 별로 볼만한 것이 없었다. 사람이 많아서 조용하지도 않았고, 그저 그랬다.

6. 온천

유후인의 가장 큰 자랑이 바로 온천이라고 했다. 여행자들을 노린 여러가지 특색있는 온천들도 많지만, 우리는 그냥 마을 사람들이 일상에서 이용할 법 한 평범한 온천에 가려했다. 그러나.. 찾기 힘들었다! Wi-Fi도 전혀 안잡히기에 아이팟터치의 도움도 받을 수 없었고, 주변에 사람도 별로 없었다. 그래서 마을 골목골목을 돌아다니다가 길을 잃을 처지에 처했었는데, 막 집에 들어가려는 어떤 할아버지를 발견. 다가가서 물어보았다.

'아노,스미마셍. 온센가 도코데스카?'

그 할아버지는 처음에 어찌어찌 설명하려 하다가 우리가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자 차로 태워서 온천 앞까지 데려다주셨다. 정말 친절한 분이었다! 그분의 차를 타고 가며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었다. 어디서 왔는가, 코리아에서 왔다. 코리아가 어디냐? 한국(칸코쿠)다. 아, 한국을 코리아라고 하는구나.. 라는 식의 대화. 대명사 정도는 영어로 말하면 통할거라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하는 버릇은 좀 고쳐야겠다.


아무튼, 덕분에 찾아온 온천. 1인당 입장료 600엔에 수건 대여료가 200엔이었다. 일본에선 대중 목욕을 할 때 수건으로 몸을 가리고 다닌다고 한다. 실제로 들어가보니 이동할 때만 가리고 다니더라.


..한자로 되어 있어서 다행이야.

아마 히라가나 같은 것으로 되어있었으면 뭔지 몰라서 여탕에 들어갔을지도 모르겠다. 남자가 '오토코'였나. 그런데 히라가나였으면 제대로 읽지 않았겠지..그리고 안에 락커가 있었는데. 100엔이다. 당연하지만 한번 넣으면 100엔을 다시 돌려받을 수 없다.


구조는, 밖에서 봤을 때 왼쪽이 여탕. 오른쪽이 남탕이었다. 내부 구조는 커다란 노천온천 중간에 돌과 나무판자로 남탕과 여탕을 나누어 둔 구조였다. 그렇다. 그 나무판자가 무너진다면 섞이게 된다.
이에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었다. 물은 따듯하고, 공기는 차갑고. 비도 조금씩 내리니 재밌기도 하고 기분좋아하고 있었는데 한 무리의 일본인들이 들어왔다. 자기네들 끼리 이리저리 떠들다가 갑자기 그 판자 쪽으로 얼굴을 대고 뭘 들여다 보는게 아닌가. 그걸 보고 나도 친구도 피식 뿜어져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가 없었다. 세상 어느 곳이나 남자들이란 똑같구나. 게다가 그걸 보고 우리가 웃고있으니까 친절하게 '도조'하면서 권한다. 정말.. 유후인의 사람들은 친절하다.
그땐 점잖뺀다고 고맙지만 사양한다고 했었다. 마지막에 그 사람들이 탕을 나갈 때 '체크!'하면서 그 구멍을 한번 더 들여다 보고 나갔다. 그 때문에 또 웃었다.

7. 남은 이야기


어느 가게를 들여다 보든, 정겨운 느낌의 가게들이다. 그 물건의 배치나, 물건 자체나, 가게의 모습이나. 아기자기하고 이쁜 것들이 한가득한 마을.




전통적인 느낌부터 현대적인 느낌까지. 많은 것들이 이 마을의 특징을 반영하며 자연스럽게 어울어져 있었다.


다시 둘러봐도, 정말 포근하고 아름다운 마을이다. 여유로운 마음으로 반겨주고 피곤한 심신을 달래주는 곳이었다.


유후인에서의 여행은 특별한 기념물을 보는 등의 여행이 아닌 편안하고 아름다운 마을을 거닐다 오는 여행이었다. 나가사키에서의 바쁜 여행도 즐거웠지만, 이렇게 여유롭게 조용한 마을을 둘러보고 오는 것 역시 즐거웠다. 이렇게 유후인에서의 하루가 마무리된다. 그와 동시에 우리의 여행도 끝나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