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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간다

외롭지 않은 블로그를 위하여


블로그. 나의, 우리의 자유로운 공간.

[ '검을 든 음유시인' 이라는 블로그. 그리고.. ] 라는 포스팅을 쓴 이후로 어느덧 1년 하고도 2개월이 지났다. 그럼에도 다시 돌아볼 수 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같은 인스턴트성 메시지는 다시 돌아보기가 어렵다. 그러나 블로그에 기록했기에 난 이 글을 다시 읽을 수 있다. 내가 블로그를 왜 하는지, 그리고 블로그는 나에게 있어 어떤 것인지.


네이버에서 티스토리로 온 것은 만족스러웠다. 스킨도 더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고 '퍼가는'사람들도 줄어들었다. 그런것 대신 트랙백이라는 시스템으로 소통했다. 난 그게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외로워졌다. 방문자와 댓글이 줄어드는것은 외롭다. 나는 자유롭게 쓰는것 뿐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의 반응을 보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외로움은 마치 자유에 대한 댓가인것 같았다.

자연히 파워 블로그의 방문자가 부러워졌다. 많은 방문자수와 댓글들이 부러웠다. 하지만 저게 무엇인지 알고나자 부럽지 않았다. 부럽지만 저건 아니다라고 말하는게 정확하겠다. 파워 블로그란 무엇일까? 파워 블로거란 뭘 하는 사람들일까?


# 우수블로거, 혹은 파워블로거라 불리는 '거대 블로거'에 대한 환상

예전에 내 포스트 하나가 티스토리 메인에 떴었다. [ 분개하지 않을 수 없다 - 또 미성년자 납치 성폭행 살인 ]라는 포스트다. 당시에 이슈였던 김길태 사건에 대해 쓴 글이다.
이 글은 화가나서 쓴 글이었다. 조두순 사건에 이어 김길태 사건. 두 건의 큰 아동 성폭력 사건이 이슈화 되었는데 '술에 취해서'가 정상첨작된 사건이었다. 아무튼 이 사건은 당시 큰 이슈화였고 우연히 난 이슈화된 사건을 포스팅했기 때문에, 또 그것이 티스토리의 키워드에 들어갔기 때문에 메인에 소개되었다. 이렇게 티스토리의 메인에서 소개해준 덕분에 평소에 비해 방문자가 많이 늘었었다.

이것은 꽤 매력적이었다. 당장에 눈에띄게 방문자가 늘어나니까. 그러나 이것은 한 순간의 거품이었고, 메인에서 내려지자마자 방문자는 평소와 같이 50명도 안되었다. 이런 식으로 포털의 메인이나 메타블로그 사이트의 메인에 포스팅이 소개되면 분명 방문자도 늘고 더불어 더 많은 사람과 소통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방문자가 많은 블로그. 우수블로그 파워블로그. 많은 트래픽을 자랑하는 거대 블로그. 그런 블로그의 주인이 되면 글을 쓰는것이 외롭지 않을지도 모른다.


# 방문자 수의 함정

블로그의 방문자를 늘리기 위한 팁들이 있다. 대표적이고 유명한 것이  메타블로그, 검색엔진 등에 등록 등이다. 하지만 실제로 해보면 큰 효과는 없다. 0~10명씩이던 방문자가 10~50명씩 오는 식으로 조금 늘어나긴 하지만, 댓글을 다는 사람도 별로 없고 큰 효과로 보이진 않는다.
이런 관점에서, 제네시스파크 님의 [ 두달만에 방문자 기준 인기 블로그 만드는 방법 ]라는 포스트는 충격적이다. 카피로거로 두달만에 방문자 20만의 블로그를 만드는 실험에서 성공하셨었다. 물론 카피로거가 당당히 파워 블로거가 되진 않겠지만, 이 실험이 보여주는것은 '방문자를 늘리는 기계적인 방법이 있다'이다. 쉽게 말해서 남들이 보고싶은 것을 쓰면 된다는 논리. 소비자가 사고싶은 물건을 만들어야 팔린다는 논리와 비슷하다.
방문자 수란 무엇을 의미할까? 좋은 글을 쓰면 많이 올까? 많이 쓰면 많이 올까? 그것보다 더 영향력이 큰 것은 검색되는 소재로 쓰인 글, 그리고 이슈화되는 키워드로 쓰인 글을 쓰는 것으로 보인다. 이슈 키워드만 모아두면 자신의 문장은 단 줄도 안들어간 카피로그도 엄청난 방문자수를 기록한다.
국내에서 대다수를 차지하는 가입형 블로그의 경우, 이렇게 방문자가 몰림으로서 생기는 트래픽은 고스란히 네이버와 같이 블로그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의 이윤이 된다. 그래서 파워블로그를 양성하고 블로거들을 '파워 블로거에 대한 환상'으로 내모는 것으로 보인다.


# 더 자유로운, 그러나 외롭지 않은 블로그를 위하여

블로거들이 자신의 포스트를 상품마냥 소비자 입맛대로 꾸미고, 다른 블로거와 경쟁하고, 남의 생각과 미디어들을 끌어와 재배포 하면서 자신의 블로그라며, 포스팅의 소유권은 자신에게 있다고 말한다. 돈을 받고 리뷰를 한다. 실제로 '헤드폰', '키보드'같은 키워드로 검색해보면 블로그들이 리뷰하는 물건들이 몇 안되는데, 유명한 블로그 마케팅인 '상품 체험단 리뷰'가 블로그들을 채우면서 다양한 상품이 추천되는것을 제한한다. 평범한 블로거들은 다른 블로거를 신뢰하는 경향이 있다. 때문에 다른 블로거가 '좋다'고 쓴 그 상품을 구입하고, 또 그걸 리뷰한다. 그래서 검색해도 소개되는 상품이 별로 없다.

이것이 블로거의 자유일까? 블로거스피어를 자유롭게 하는 일일까?

이익을 되는 것은 사람들이 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우리는 얼마 안되는 이익때문에 우리의 블로거스피어를 파괴할 수도 있다. 마케팅이 블로그를 뒤덮어 정보가 제한되고, 사람들은 기업에 의해 선정된 '파워 블로그'를 찾고, 작은 블로그은 소외감을 느끼고. 그들도 방문자를 탐내서 파워 블로거들을 따라하고 자신의 이야기, 자신이 관심있는 이야기가 아닌 사회 이슈와 키워드로 블로그를 채워나간다. 그렇게 만난 사람들, 그렇게 늘린 방문자는 블로거를 외롭지 않게 할까?

블로그는 자유로워야 한다.
블로그는 소통해야 한다.

이글루, 티스토리, 다음, 네이버 등등 서비스가 무엇인가를 떠나서 블로고스피어는 '트랙백'등을 통해 서로 연결될 수 있다. 스스로 먼저 찾아가서 묵묵히 자신의 글을 쓰는 블로거들에게 인사를 전하자. 그들은 분명 기뻐할 것이다. 그들은 더욱 자신의 글을 쓰고 자신의 글을 읽어주는 이들을 돌아봐줄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블로그에는 처음 블로그가 생겼을때의 방법으로, 스스로의 글을 쓰자. 글에 자신을 담자.


남들이 하는대로, 시장논리대로 쓴 글로 채워진 덕분에 수십만의 방문자와 수십개의 댓글이 달리는 블로그와 소수이고, 또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나라는 블로거를 좋아해주는 사람들이 찾아주는 블로그.


어떤것이 더 나를 즐겁게 할까.

어떤 블로그의 운영자가 더 행복할까.



더 자유로운, 그러나 외롭지 않은 블로그는 쉽게 만들어지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 그런 블로그를 만드는 것은 가능하다. 수많은 블로거들이 이미 그런 행복을 겪었고, 그들의 향수덕에 아직 블로그 시스템은 남아있는 것이라고, 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