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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쓰고 그리며/::요즘이야기::

Data _ 땅에서

Data _ 땅에서

 

“공책 예쁘다. 쓰기 아까운데…….”


그의 손은 여러 알록달록한 공책들이 꽂혀있는 책장 앞에서 한참을 망설이다가 드디어 하나를 빼어들었다.


“하늘이라…….”


그가 고른 그 공책은 옅은 구름이 높게 펼쳐져 있는 가을 하늘로 장식되어 있었다.


그는 하얀 원통형의 연필꽂이를 뒤적거려 찾아낸 검은 네임펜으로 그 공책의 오른편 아래쪽의 귀퉁이에 크게 이름을 써 놓고는, 검고 단순한 디자인의 가방에 집어넣었다.


그리고는 아직까지도 남아있는 아쉬운 졸음기를 쫓기 위해기지개를 펴고서 그의 방 오른편에 뚫려있는 조그마한 창문을 열어젖혔다.


철조망 사이로 서늘한 바람이 불러 들어와 몸서리치게 한다. 그 뒤로 멀리 하늘이 보인다.


“학교 늦겠다. 빨리 안가고 뭐하니?”
“아, 네. 가요.”


어머니의 독촉에 투덜거리면서 푸른빛이 옅게 도는 검고 긴 코트를 걸치고 예의 먼지가 잔뜩 묻은 검은 가방을 집어 들어 오른쪽 어께에만 꽤나 성의 없게 걸쳐들고서 문을 나섰다.


찬바람이 먼저 반겨 또 다시 옷깃을 여미게 한다.


장난스럽게 입김을 내며 걷다가 문득 눈에 들어온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든다.


이전에는 느끼지 못했었는데, 새삼스럽지만 하늘은 정말 넓다. 방에서의 작은 창문으로는 자 보이지 않았었는데, 이렇게 밖으로 나와 하늘을 쳐다보니 기다랗고 재미있게 생긴 구름들이 참 많다.


저 드높게 펼쳐진 넓고 깨끗한 하늘 속에서 계속해서 흘러가며 그 모양이 조금씩 조금씩 바뀌어 가는 것이 꼭 누군가가 흰 구름을 휘저어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 같다.


뭉쳐지듯 하다가도 풀어 흩어지기를 반복하며 알 수 없을 듯 하다가도 가끔 익숙한 형상을 그려내기도 한다.


이렇게 하늘을 느긋이 바라보고 있으면 나도 저 높은 곳에 그림을 그려놓을 수 있을 것만 같다.
기분이 좋다.

 

“어이, 뭐해?”


그때 그 보다 조금 더 키가 큰 아이가 다가와 그의 등을 툭 치며 말을 걸었다.


“아, 안녕.”
“학교가다 말고 여기 서서 뭐해? 빨리 가자.”


그는 발걸음을 재촉하며 답했다.


“알았어. 같이 가.”


시내로 나가자 사람들의 서두름에 붐비고 있었다.


“아, 버스 안 오나.”


붐비는 아침 속에서 바쁘게 서두르는 차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물결을 만들어 낸다.

마치 구름처럼…….


“조금만 더 늦으면 지각인데…아! 저기 온다. 뭐해 임마, 버스 온다니까.”
“알았어, 임마.”


그때까지도 멍하게 구름의 움직임을 보고 있던 그는 친구의 재촉에 이끌려 버스 안으로 들어갔다. 버스는 예닐곱의 사람들을 더 태운 뒤 ‘부우웅-.’ 하는 엔진 음을 내며 출발했다.


버스 안은 만원인지라 몹시 비좁았다.


…버스 안에서는 하늘이 보이지 않는다.


땅 같은 천장에는 버스노선과 광고들 따위의 것들만이 보일 뿐이다.


버스 안의 사람들은 혼자 이어폰을 귀에 꽂고 있거나 그 일행들과 잡잠을 나누고 있다.

혹은 그저 멍하게, 그저 서 있을 뿐이었다.


정거장에서 내려 이미 눈에 보이는 학교를 향해 별생각 없이 걸어갔다.


그들이 학교에 거의 다 도달했을 때, 그의 눈에 또 다시 하늘이 비쳤다.
구름은 아직도 훤칠한 하늘 속에서 유유히 흘러가고 있었다.


‘넓구나…….“


푸른 하늘 사이로 듬성듬성 하늘보다 더 높이 뜬 듯한 구름들이 잔잔히 흐르는 사이, 시원스럽게 난 그 사이로 멈춰선 듯한 푸름도 흐르고 있다.


“으앗?”


하늘만 바라보며 걷다가 앞에 있던 돌멩이를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넘어져버렸다.

“어이쿠…….”


“하하하! 바보. 아직도 교문 앞에서 넘어지냐? 너 오늘 왜 이래?”


옆에서 지나가던 여학생들이 웃는다.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는 것이 느껴진다.


“시끄러.”


그는 무릎에 묻은 흙을 털어내며 일어났다.


“젠장할!”


그 돌멩이를 차버리며 그가 투덜거리자 그의 친구가 옆에서 낄낄거리며 대꾸한다.


“그만 떠들어. 나까지 창피하게……. 이런, 시간이! 너 때문에 지각하면 지각비는 니가 대신 내!”

“알았어. 뛰기나 해."


그들은 바쁘게 계단을 뛰어올라간다.


이미 하늘에 대한 생각은 안중에도 없었다. 단지 ‘지각하지 않았으면’할 뿐.


하늘의 구름은 그때까지도 조용히 흘러가고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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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

엄청 오래된 소설이지 [-]
처음으로 썼던 소설이다. 중1 무렵인가..

'헤븐'이라는 홈페이지에도 올렸었는데,
이건 그때보다 두번정도 더 고쳐쓰기를 한 것.

공책 2장분량인데
치고 보니까 엄청 짧은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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