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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고 찾으며/내가 찾는 길

[주저리] 학문의 아름다움. 그리고 변질되어 일그러진 공부의 의미.



공부
. 변질된 단어.

요즘 쓰이는 '공부'라는 단어의 의미는 '시험을 준비하는 것'을 의미하며
그 '시험'이라는 것은 '어떤 자격이나 조건을 얻기 위해'치루어진다.
그 '시험'의 내용 자체는 중요치 않다. 적어도, 고등학생의 시험 까지는 대체로 그렇다.

혹자는 '고등학교 공부라는건 어떤 일을 성실히 할 수 있는가를 보는 것이다. 그것이 무엇이든 성실히 해라.'고도 하더라.

난 그 말에 절대로 동의할 수 없다.
자신이 하고있는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열심히 하는것이 과연 바람직할까? 무의미한 행동을 성실히 하는 사람. 문제의식도 없이 시키는 일만 성실히 하는 인간이라! 과연, 독재치하의 국가에서는 바람직한 인간상이겠군.
그건 시간낭비다! 개인이 열망하는 것을 성실히 하는 것 만으로 충분치 않다는 것인가?
사람이 많아서? 그들을 관리하기 위해? 왜 관리해야 한다는건가.

하지만 그렇게 해야 이익을 본다. 답답할 노릇이다.


하고 싶은 일이 있다.

가슴속에 열망하여 미친듯이 하고싶은 일이 있다.
조금이라도 더 자연과 인간에 대해 알고 싶다. 그에 대한 지식과 의미 속에 내가 열망하는 것에 대한 실루엣을 보았다! 그런데 그런 멍청한 짓을 하고 있어야 하다니? 이 낭비되는 시간을 어떻게 보상하려고?!?!

내용이 담고있는 의미도 쓰여있지 않은 교과서. 가르치는 자도 그런건 모른다.
질문하더라도 '멍청한 질문', 혹은 '이상한 질문'이라고 치부했었지. 그들은 그런건 생각치도 못했을테니 당연한 반응이겠지만.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자신의 소설에서 표현했던가? ' 2차원에 있는 사람들은 3차원을 보면 이해하지 못하기에 그것을 1차원 이라고 생각한다' 라고.

속으로 불만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난 그들의 말을 따랐다.
그것을 통해 내가 원하는 것을 배울 수 있다면, 내가 하고자 하는 것이 그런 댓가를 지불해야 하는 것이라면 하겠다고 생각했다.
진주를 찾기 위해서라면 돼지우리 속이든 진흙탕 속이든 들어가서 그것을 집어 오리라고 여겼다.

..하지만, 그것은 그저 나의 나약함일 뿐이었을까?
단지 내가 상황에 무릎을 꿇었을 뿐이었던걸까?

결국 그들은 아무것도 가르쳐 주지 않았고
결국 난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마음속에 학교와 시험의 어질어진 모습에 대한 혐오가 가득했던 나는 결국 그 열매를 맺지 못했다.

생활에 있어서는 학교에서 희망을 찾기 위해, 학생회장도 지냈다.
하지만 대부분의 선생 만큼, 혹은 그 선생들을 능가할 정도로 멍청한 아이들을 만났을 뿐이었다.
지각있고 생각할 줄 알며 대화를 나눌 준비가 된 아이들을 만날때도 있었다.
그러나 그 친구들은 배움의 즐거움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고, 인정하려 하지도 않았다. 안타까울 뿐이다.

공부에 있어서는 '당연한 질문'을 통해 '이상한 애'라는 소리를 듣더라도 끝까지 질문했다.
내가 배우고 있는 것의 의미에 대하여. 그 용도와 필요성에 대하여.
다시 학교에 간다면, 어떤 욕을 듣더라도 또 다시 질문하고 싶다.
많은 현자들이 그의 스승에게 했던 질문을 끊임없이 되풀이해주고싶다.
"그래서, 그게 어쨌다는거죠? 왜 제가 그걸 알고 있어야 하죠?"


이런 '당연히 나와야 할 질문'을 '이상한 질문'으로 치부하고 '닥치고 공부만하라'고 지껄이는 멍청한 선생들이 아직도 학교에 남아있다는 사실에 '지각있는' 후배들에게 고개숙여 사과한다.

미안하다 예들아. 고생좀 해라.

성공을 위해, 살아남으려면 대학에 가야한다는 그들에 말에 의한 두려움때문에라도, 우린 그들의 말을 들어야만 하는걸까.

사실, 학문이란건 대학에서 깊이 배우는 것이니까.
스승 없이 학문을 하기란 대단히도 힘든 것이니.

그런데 대학은 학문을 연구하는 곳이 아닌 '취업을 준비하는 곳'이 되버렸지. 직업학원도 아니고 무슨.



뭐, 아무튼.

학문이란것의 아름다움내가 스스로 뽑은 책들에게서 읽은 것들이다. 그 어린날 내 손에 책을 쥐여주신 어머니에게 한없는 감사와 사랑을.

시의 간결한 아름다움! 그 순수하고 고귀한 아름다움!
다 말하지 않고서 그 마음을 전달하는 그 놀라운 문장들의 위대함과 아름다움에 대해서, 그리고 언어가 가지고 있는 놀라운 위력에 대하여, 그 순수한 인간의 영혼들을 만나는 방법에 대하여, 그 아름다운 마음을 느끼는 방법에 대하여. 그리고  한 명의 시인이 가지는 영향력에 대하여, 한 편의 시가 한 인간, 혹은 한 국가의 운명을 바꾸었던 놀라운 사건들에 대해서 학교에서는 가르쳐 주지 않았다.

다만, 그놈의 '평론가가 그렇게 해설했으니까 그렇게 알고있어.'란 말을 반복해서 들어왔을 뿐.

역사의 장엄함! 수많은 사람들의 얽히고 섥힌 운명들. 그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서 사람들이 선택한 것이 남긴 것. 진실됨과 거짓됨이 응어리진 우리의 발자취에서 느껴지는 그 웅장함에 대하여 그리고 그 역사가 우리에게 알려주는 것이 무엇인지, 우리는 역사로부터 어떤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지, 신화와 역사에 쓰인 것이 현재의 우리에게 어떤 가르침을 주는지. 학교에서는 올바로 가르쳐 주지 않았다.

다만, 의미를 알 수 없는 명사들과 숫자들을 나열한 것을 외우라고 강요했을 뿐이다.


특히 내 마음을 두군거리게 한 것은 과학이었다.
책에서 읽은 내용들을 통해 과학이란건 단순히 어떤 사실을 지칭하는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나의 이론엔 하나의, 혹은 그 이상의 사연이 있었다.
하나의 이론엔 하나의, 혹은 그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수 많은 학자들의 순수한 탐구심과 지식에의 열망, 혹은 허영과 욕심들이 밝혀낸 많은 사실들. 수 천년 전부터 잘못을 덮으려던 인간의 오만한 나약함과 싸운, 오류를 인정하고 그것을 고치려던 용기의 결정체!
지금도 수정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변화할, 절대로 완성되지 않을 완벽함을 향한 도전!

물리학이 알려주는 놀라움!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인생과 운명을 걸고서 밝혀낸 진실들이 왜 소중한지! 어째서 그것을 아름답다고 하는지, 그리고 그들이 밝혀낸 그 진실들을 알고 있는것 만으로 어떻게 가슴이 두근거릴 수 있는지. 선대들이 찾아낸 아름다운 자연의 음악을 듣는 법을! 그들이 수식을 음표로 삼아 기록해 둔 악보를 보고 상상력을 기타로 삼아서 그 음악을 연주하는 법을!
 ' F=ma ' 라는 공식이 왜 위대한지, 세 사람의 인생과 운명이 빚어낸 이 공식이 왜 아름다운지.
 ' E=mc^2'라는 공식이 왜 엄청난지, 이를 포함한 이론이 어떤 위력을 가지고 있는지.
양자역학이 의미하는 것이 왜 놀라운지, 완성되지 않은 이론주제에 어떻게 역사의 흐름을 바꾸어 놓았는지. 우리의 인식을 어떻게 바꾸었으며 앞으로 우리의 인식을 어떻게 바꾸어 나갈 것인지.
이걸 아는 것이 어찌 두근거리지 않은가?!!!

연금술사로부터 이어진 화학이 말하는 마법같도 같은 신비! 그 의의와 밝혀진 진실들에 대한 놀라운 이야기들.
연금술사들이 꿈꿔왔던 '결코 이룰 수 없는 꿈'으로부터 잉태된 두 가지 현대 과학. 열역학과 화학. 그 학문들의 의미와 그 당위성을, 그 학문들의 발전해 가는 역사속에 담긴 수많은 사람들의 순수한 혹은 욕심에 가득 찬 꿈과 희망들을.
그리고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주기율표의 환상적인 탄생비화. 신화같은 그 이야기에 대한 경외감.
이 지식을 통해 우리가 앞으로 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한 경의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놀라운 전망.

수 천년간 이어져 내려온 별을 향한 열망.
그 사이코같은 사람들이 발견한 놀라운 사실. 인간 스스로의 오만함을 꺾은 대사건들.
농업혁명과 별의 관계, '우리는 별의 자손이다'라는 말의 의미. 천문학이 가지는 실용성에 대하여.
신비를 이해하지 못한 어리석음이 빚어낸 미신들. 그리고 그 미신들과 싸워온 진실들.

분명, 물론 이 뿐만 아니라 모든 학문들이 그 의의와 의미를 품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흥미로운 역사의 흐름 위에서 생겨난 지식들일 것이다.

난 이런 것들을 찾아 읽었고, 알고있다.
새로운 지식들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으며, 스스로의 인식이 잘못되었다면 그것을 수정할 각오도 되어있다.


나에게 배움이란 흥미롭고 신나는 것이다.


하지만 상황은 어떠한가?
대학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대학수학능력평가시험은 과연 '수학능력'을 평가하고 있는가?
우리는 좀 더 고민해야 하지 않은가?

뭐, 정작 저 시험을 관리하는 아저씨들은 별로 관심이 없겠지만.

기억하라, 리처드 파인만이 브라질 대학에서 경고했던 내용을.
100% 망하는 교육도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 모습이 지금 우리와 유사한 점이 있다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