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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간다

[일상이야기] 뭐하니


이미 몇일 지난 이야기이다.

"심심하다 놀아줘"

해가 중천에 떠 있지만 아침의 서늘한 기운이 아직 가시지 않을 무렵. 친구인 '개미핥기'에게 문자가 왔다.
이미 우리집엔 친구가 하나 와 있는 상황. 이녀석도 심심하다며 타블렛을 들고 우리집에 놀러와 있었다.

"막진 않아. 마음대로 해."

처음으로 타블렛으로 그림을 끼적여 보았다. 우선은 간단하게 만화식으로 그려봤다.


바로 종이에 그리듯이 그려지진 않았다. 그림체가 흐트러지기도 했다. 그래도..재미있었다!

무엇보다 이거면 간편하게 '그럴듯한'포스팅을 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녀석에게 군대 언제가냐고 물어보았다. 가면 이걸 여기 맡겨놓고 가라고. 물건을 쓰지 않고 오래 두면 되려 못쓰게 되는 법이라고. 그런데 이녀석은 늦게간다네? 쳇..(??)

이 무렵, 우리집에 찾아오겠다고 문자가 왔다. 그래서 난 이미 와 있던'수달'을 마중보냈다. 데려 오라고.

그렇게 할짓없는 영혼 셋이 모였다. 하지만 여전히 딱히 할 일은 없다. 이런저런 잡담을 두런두런 나누고 피곤하다며 내 침대에 누워 뒹굴거린다. 개미녀석은 우리집에서 강의 시간표를 짰다. 어지간히 할 짓이 없었나보다.

점심무렵. 뭐라도 먹자는 의견이 나왔다. 그래, 뭘 먹을까. 우리집 닭을 잡아먹잔다. 친구가 오면 이 의견은 꼭 나온다. 사실, 가족끼리 있어도 간간히 이런 대화가 오가긴 하지만.

아무튼 이런저런 대화가 오갔지만 결국은 라면.

아니, 그런데 짜파게티가 있다. 짜파게티로 메뉴 변경. 난 냄비에 물을 따라주었고, 요리는 수달에게 맡겼다. 그 사이 개미는 소녀시대의 소식을 보는 것 같다. 우리들 중 유일하게 아이돌의 노래를 듣는 녀석이다.

수달은 뭐, 음악에 큰 관심이 없는 것 같고 난 장르음악들을 들으니. 애초에 장르음악이라는 말이 이상하다고 생각하긴 하지만.

짜파게티를 끓이고 나서 깨닫게 된건, 이게 그냥 짜파게티가 아니라 '사천 짜파게티'였다는 거다. 다들 놀라워했다. 이런 제품이 있었단 말인가?

사사로운 잡담으로 막 부풀렸다. 가격도 무려 1.000원 이다. 일반 짜파게티와는 비교가 안될 새로운 맛을 느끼게 해 주리라고 그 누구도 의심치 않았다.

시식후의 감상은 '조금 매운 짜파게티'. 이럴수가, 짜파게티가 맵다니.

아무튼 그 이후로도 뒹굴뒹굴. 친구가 모여도 심심하다니. 밖으로 나갔어야 하나.


그렇게 각자 자기 집에서 뒹굴거릴것을 우리집에서 뒹굴거리고는 다들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3일이 지났다.

"뭐하니?"

불안한 문자다. 과정은 별로 재미있지 않으니 거두절미 하고, 결론적으로 이녀석은 우리집에 왔다. 이녀석의 별명은 '트롤'


그때 하필이면 보스 몬스터를 상대하고 있었다. 화면에서 눈을 뗄 수 없는 숨가쁜 상황이었다. 마법사 케릭터이기 때문에 채력이 낮아서 조심해야 했다. 공격하기 위해 가까이 다가가서 파이어볼트를 쏘고, 보스가 공격할 기세를 보이면 피해야 하고. 또 적에게 피해를 입은 파티원들(동료들)에게 '힐링'을 사용하여 안전하게 지키는 바쁜 플레이를 하고 있었다.

안 그래도 바쁜데 휴대전화가 울렸다.

"읭~~." (매너모드다)

용자트롤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난 오른손으로 케릭터를 이동시키며 왼손으로 전화를 받았다.

"야, 문좀 열어 ㅈ.."
"지금 보스거든? 금방 끝나니까 좀 있다 전화해!"

우리집은 주택이다. 문 밖은 아파트처럼 복도가 아니라 땅과 하늘이 보이는 '야외'다. 날이 좀 풀리긴 했지만. 아무튼 난 친구를 3분정도 밖에서 기다리게 했다. 참고로, 친하니까 그런거지 손님에게도 이러진 않는다.

삼각김밥 4개와 캔커피 하나를 사들고 온 녀석을 반갑게 맞아들였다. 그리고 계속 게임을 했다.(..)


아무튼, 결국 둘이서 또 할 짓이 없어서 뒹굴거린다.

"야, 너 여기 뭐하러 왔냐?"

"심심해서."

"오니까 어때?"

"심심해."

이 친구는 다음주 월요일에 군대를 간다. (난 그날 여행을 위해 배를 타지만.)

그런 이유로 유투브에 들어가 '군대'와 관련된 영상을 봤다. 북한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는 '동무야 군대에 가자'라는 노래가 있었다. 누군가 비록 우리가 군대를 피할 순 없지만 그래도 남한에 태어났다는 것 만으로도 감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결론은 '군대에서 오래 있지 않는다는 것으로 고맙지는 않아. 그냥 가는게 싫어.'

점심은 닭을 시켜 먹었다. 역시나 발단은 우리집 닭이다. 알 쏭쏭 잘 낳는 애들을 왜 잡아먹자고 난리인지. 실제로 먹으려면 목을 비틀어야 하고 내장도 꺼내서 정리해야 하는데, 그건 또 누가하려고? 아리가 낳은 쌍란의 자태를 보여줘야 잡아먹자는 소리를 안할텐데.. 하필 다 먹고 없다니.

아무튼 트롤이 군대에 가기전에 닭을 먹였다. 뿌듯하다.

저녁무렵이 되어 녀석을 내쫓았다. 요즘 그쪽엔 고기가 잘 안나온다던데, 한번 더 만나서 뭐라도 더 먹여 보내야지.흑흑.

그리고 여행간다는 걸로 염장도 좀 더 질러주고.

ps. 요즘 심심하다는 이유로 이 집에 충동적으로 처들어오는 아해들이 많습니다. 이곳을 베이스켐프로 여기고 쉬러오는 이를 막진 않으나, 올땐 먹을것좀 가져 오시길 바랍니다. 오는 녀석들마다 먹이를 주었더니 먹이창고가 비어갑니다. 많은 협조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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