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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를 누비며/북큐슈여행기

[여행자노트_0] 여행은 이미 시작되었다.


여행자노트 첫번째 장. 여행은 이미 시작되었다.

2010년 2월 8일. 5일간 친구녀석과 둘이서 북큐슈로 여행을 갈 예정이다.
생전 처음 보호자 없이 여행가는 놈들이 외국 여행을 시작으로 잡다니, 정말 대책없는 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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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동기는 이랬다. 친구녀석과 오래간만에 만나 커피숍에 들어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다가 '아, 2월 말에 군대가는데. 그 전에 여행이라도 갔으면 좋겠다.'란 이야기가 나왔고 난 '그럼 가자.'라고 말했을 뿐이었다. 그것이 동기다. '가고싶다.'고 말하길래 내가 '가자.'고 했다. 그래서 한달만에 뚝딱 준비해서 가는게 이번 여행이다.

여행지역이 일본의 북큐슈가 된 경위도 단순하다.
'그럼 일본으로 가자.'
'그래, 한번 찾아볼까.'
'..비행기 값이 비싸'
'그럼 배타고 갈 수 있는 곳이 어디냐.'
'큐슈'
'그럼 거기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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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기로 했다고 해서 그냥 가 지는건 아니었다. 계획을 세우고 이런저런 준비를 해야했다. 왜, '준비 한 만큼 보고 간다'란 말도 있지 않은가.

우선은 '경비를 마련해야 했다. 친구녀석은 일자리를 구했지만 난 구하지 못했다. 난 결국 저금해둔 것으로 가기로 했다. 덕분에 녀석이 일하는 동안 난 게임 케릭터의 레벨을 올릴 수 있었..아니, 여행 계획을 세울 수 있었다.

배, 숙소, 교통, 환전, 볼거리. 모든것을 확인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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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R 패스란건 Japan Rail pass로, 일본에서 대부분의 철도를 이 표 하나로 일정기간동안 그냥 탈 수 있게 해주는 표다. 우린 북큐슈 레일페스 3일권을 샀다.
아래의 사진은 JR패스 교환권이다. 현지에 가서 패스권으로 바꿔야 한단다.


앞 표지


내부. 앞쪽.
영어가 고마울 줄이야.


내용. 이게 있어야 표를 준다.
하카다역 안에 위치한 JR큐슈여행이라는 여행사에서 교환권(위 사진)과 여권을 제시하면서
교환 신청서를 작성해야 JR패스를 발급 받을 수 있다.


뒷쪽의 내부.
일본어라서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다.


뒷 표지. 각 역들의 내부 약도가 그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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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루고 미루다가 금요일에 많은것을 마무리지었다. 마트에서 물품(모조리 음식들)을 구입하고, 조이로드에서 JR패스를 구입하고 하나은행에 가서 환전을 했다. 그리고 항구의 위치를 확인했다.

JR패스는 인터넷으로 예매한 뒤 사무실에 그 교환권을 받아오는 식으로 구입했다.
하나은행에서 환전 수수료 우대 이벤트를 해서 해당 쿠폰을 복사해 온다면 70% 우대 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친구녀석이 깜빡하고 안가져 왔더랜다. 피시방을 찾아 복사하려 했지만 그때 조이로드 사무실에서 복사를 할 수 있겠느냐고 묻자 웃으며 자리를 빌려주셨다.

아, 하나은행의 그 누님은 정말 친절했다.
'여행 가시나봐요?'
'네. 여행은 처음 가봐요.'
'전 아직 일본 여행 못가봤는데..'
정말 정감있고 감각있는 분이셨다. 일을 처리함에 있어서 딱딱하게 대하지 않고 다정하게 대화를 나누며 할 수 있었다. 그 덕에 정말 즐거웠다.
그리고, 수수료 72% 우대를 해 주셨다. 원래 다 이렇게 해 주는건가? 은행에서 에누리를 해주다니!
'와 정말 감사합니다!' 라고 했더니 '그 말을 듣고싶었어요.' 라신다.


환전한거 자랑

은행의 바로 옆에 3천원짜리 해장국을 파는 가계가 있었다. 여기저기 다니느라 배고팠던 우리는 그곳에 들아가서 자리에 앉기도 전에 해장국 2그릇을 시켰다.
여기도 맛있잖아? 특히 깍두기가 맛있었다. 친절한 분들을 만나고, 저렴하고 든든하게 배를 채웠더니 기분이 매우 좋았다.

이 시점에서 우리 둘다 매우 신났었다.


다리가 아프다. 올해 내내 재대로 걷지 못했고, 시간이 나서도 재대로 운동을 하지 않았던게 이렇게 타격이 되어 돌아오다니.

항구를 확인하러 갔었다. 출항시간이 이른 시간이기에 해매지 않기 위해서다.
겨우 4시간 정도 걸었을 뿐인데 다리에 무리가 오다니. 큰일났다. 가서 재대로 버틸까.

체력이 중학생때보다 약해진 자신을 돌아보며 잠깐 반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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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가서 어찌 할 것인가'의 계획을 좀 더 다듬어야한다. 기차, 버스 시간과 각종 박물관, 문화재 등의 폐관시간등의 확인을 통해 시간계획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세워야 한다. (일본 가서도 끝나지 않을 기세)
물론 이 여행을 어떤식으로 이끌 것인지 그 그림은 그려졌다. 스케치는 끝났으니 좀 더 세밀히 묘사해 두면 끝이다.


여행이 시작하기도 전에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많은 일들을 겪는다. 친절한 사람을 만나 그들을 만난 땅에 애착심을 가지게 되고 불친절한 사람을 만나면 그들의 행동을 다시 한번 돌아본다.

걸으며 피곤해 하고, 지친채로 탈것에 올라 휴식을 취할 곳으로 향한다.

어쩌면 여행은 이미 시작되었을지도 모른다.
아니, 우리가 여행을 가기로 결정한 그 날. 이미 시작되었었다.


ps. 여행 날 바로바로 포스팅을 할 수 있을까 잘 모르겠군요. 따끈따끈하게 하루하루 올라가면 참 좋을텐데. 일단 노트북은 가져갈 생각인데. 재수학원 같은 곳에서 묵는지라 인터넷이 될지 어떨지..
안그래도 요즘 포스팅이 잘 안되는데 이 소재를 그냥 흘려버릴 순 없잖아요. 새 카테고리까지 만들었단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