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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를 누비며/일상의 즐거움

고구마가 너무 굵어서.. - 밭농사 체험기


어제, 토요일에 아버지께서 고구마를 케러 가자고 하시길래 순순히 따라갔습니다. 뭐든지 새로운 경험을 하고싶던 참이었거든요. 오늘 포스트는 그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도시에서 태어나 도시에서 자라난 입장에서 많을것을 실감할 수 있었던 하루였습니다.


고구마가 너무 굵어서.. - 밭농사 체험기

백두대간의 끝자락. 용의 꼬리라 불리는 곳에 산이 하나 있습니다. 작게 보면, 용두산 공원이 용의 머리라 해도 이곳과 연결되어 용의 꼬릿자락과 같은 형상 위에 있는 산입니다.


그리고 숨쉬는 땅과 사람이 있는 곳엔 언제나 먹을것이 자라고 있죠.


오늘의 목표는 고구마입니다. 아이구 맙소사, 저 고구마들을 죄다 뽑아야 된다는군요.

 
 

줄기를 잡고 쭉 당기면 고구마가 줄기따라 뽑힌답니다. 이때, 힘조절이 필요해요. 너무 세개 당기면 줄기가 끊어지거든요. 그러면 고구마가 땅 속에 남아있게 된답니다. 끊김없이 쭉 뽑히면 희열이 느껴져요!

 
 
고구마 생긴게 좀 기괴합니다. 호박고구마라서 그렇다는군요. 생긴건 저래도 무척 맛있습니다. 김치나 깍두기와 궁합이 좋아요. 방귀를 좀 많이 나오게 한다지만요.

줄기를 뽑은 뒤엔, 비닐을 걷고 땅을 허물어 땅 속에 숨은 고구마들을 다 캐내야 합니다. 학교에서 왜 밭을 가는 농법을 발견한 것이 획기적인 발전이었다고 하는지 이제서야 이해가 됩니다. 저렇게 쌓여있는 흙을 허무는게 아닌, 땅을 파서 고구마를 끄집어 내야 한다고 생각하니 아찔합니다. 저것 허무는 것도 꽤나 힘들거든요!

땅을 가는 것이 이리도 힘든 일인지 몰랐습니다. 농사를 해보면 사람이 겸손해 진다더니, 땅을 갈고 엎는 것도 힘들이 하는 스스로를 바라보며 새삼스럽게 농민들에게 고마움을 느꼈습니다. 모델은 아버지 '-'b

또한 땅 속에는 많은 수많은 생물들이 살고 있지요. 땅을 파는데 이런게 나오덥니다.


처음엔 정말로 지렁인줄 알았습니다. 굵기도 새끼손가락 만한 조그만한 놈이었어요.

길이는 좀 됐지만요! 뱀이라니! 어릴적에 '파충류 대 박람회'따위의 행사장에서 보곤 처음봤습니다. 그 당시 제 목보다 더 굵던 뱀을 몸에 두르고 사진을 찍었던 것 같은데, 그 기억때문인지 뱀이 두렵지가 않아요.


 

그런고로 포획했습니다. 대가리에 패트병을 들이댔더니 알아서 쏙 들어가더라구요. 집에 애완동물로 닭을 키우는데, 동생들 보여준 뒤에 닭들이나 줄까 싶어 데려왔습니다.

처음엔, 고구마만 다 끄집어 내면 끝인줄 알았습니다. 우리는 '고구마를 캐러'왔다고 들었으니까요.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고구마를 파낸 밭은 고구마 줄기 등으로 인해 척 보기에도 지저분한 모습이었습니다. 전 그래도 이걸 내버려 두면 내년에 땅을 기름지게 할테니 내버려 두겠지 하고 편하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다시 파서 쌓았습니다. 그냥 쌓기만 하면 되는게 아니에요. 높은 땅이 되는 부분에 비료를 뿌린 뒤, 평평하게 해야 합니다. 그래야 씨가 골고루 뿌려진다네요. 게다가 그놈의 고구마 줄기도 다 치워야 했어요. 이럴 줄 알았으면 뽑을때 미리미래 좀 치워둘것을!


이제서야 농기구가 왜 그렇게 종류가 많은지 이해가 됩니다. 비슷비슷하게 생긴게 무지 많잖아요? 이름도 잘 모르겠군요. 그런데, 그 약간의 모양차이에 의해 드는 힘이 무지하게 차이가 나더라구요. 쭉정이같은 찌꺼기들을 제거할 때나 땅을 고르게 만들 땐 위와같은 갈퀴가 도움이 됩니다. 이름이 뭐였더라..

사진은 남겨두지 않았지만, 그 뒤엔 저 평평한 땅 위에 골을 만들고 그 속에 씨를 뿌린 뒤 다시 땅을 평평하게 골랐습니다. 겨울 새에도 열무같은건 자란다고 하는군요. 겨울엔 그냥 쉬는줄 알았는데. 밭으로 사는 땅은 참 바쁘겠습니다. 겨울방학도 없다니!

점점 주제가 '고구마'로 부터 벗어납니다.인근에 자란 호박도 주워왔습니다. 이건 그냥 주변의 잡초들을 제거하는 중에 바닥에 있길래 그냥 가져왔어요. 내버려 둬도 알아서 잘 자라는 농산물들. 식물의 생명력이란 참 재미있습니다.

그리고 땅에 아무렇게나 난 풀이라고 다 잡초가 아니더군요? 할머니께서 풀을 뽑아서 모으시길래, 왜 풀을 모으나 싶었는데, 그게 냉이랍니다.

냉이는, 땅 속에 칼이나 낫을 집어 넣어 뿌리를 자르고 윗부분만 가져다 쓰는 거라더군요. 뿌리쪽은 내년에 또 자란다나요. 그런데 그걸 모르고 그냥 있는 풀을 뽑아다가 밖으로 내던지고 있었습니다. 군에서 하던 식으로요.

이 즈음에서, 바보 이반에서 읽었던 말이 떠오릅니다.
'우리는 손님들을 내쫒지 않습니다. 하지만, 한가지 규칙이 있지요. 손에 굳은살이 없는 사람에겐 밥을 주지 않는답니다. 게으른 자는 먹을 자격이 없으니까요.'
분명, 농사를 지으면 손 전체에 굳은살이 박힐 수 밖에 없겠습니다. 부지런함이 있다면, 어디에 떨어져도 땅을 갈면 땅은 우리에게 먹을것을 줍니다. 그런게 아마 '밥값을 한다'는 말의 뜻이겠지요. 물론 뺏아가는 사람이 없을때 이야기지만요.

그나저나, 이반은 펜을 잡느라 생긴 굳은살은 인정 안해줄까요? 해주면 좋을텐데! 마우스도 오래잡으면 오른손 손목쪽에 굳은살이 배기는데, 그건..?

오늘의 수확입니다. 농구장 반토막도 안될 땅에서 얻어낸 양이 꽤 많아요. 

그리고 어디선가 '매에에 -'하는 소리가 들려 가 보았더니, 흑염소가! 재미있는 구경 참 많이 했습니다. 제가 가서 쳐다보니, 저녀석들도 다 저를 쳐다보더군요. 울어주길 바랬지만, 울지도 않고 다들 저만 쳐다보더라구요. 사람 부끄럽게.


화면이 고르지 못한 점, 양해 바랍니다.

제가 캔 고구마들입니다. 일반 고구마와 호박 고구마가 뒤섰였습니다. 애초에 심을때 막 뿌려두고 딱히 관리한 녀석들이 아니라 모양도 재각각입니다.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제가 뿌렸던 보랏빛 씨들이 아른거립니다. 열무의 씨였는데, 좁은 땅에 왕창 뿌려서 서로 싸우다 비실비실하게 자라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어요. 이 맛에 농사하는가 봅니다. 내년 봄에 그녀석들 잘 자랐나 한번 놀러가봐야겠습니다.

관리? 그것까지 할 자신은 없어요. 블로그와 홈페이지 '리데아' 관리하기에도 벅차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