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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를 누비며/북큐슈여행기

[여행자노트_3] "나가사키" 역사의 상처(6) - 평화공원

# 2월 8일 부터 2월 12일까지, 총 4박 5일간 북큐슈 지방의 일부를 여행했습니다.
# 중간중간에 북큐슈 여행과 관련된 유익한 지식들을 이야기가 벗어나지 않는 측면에서 정리했습니다.

여행자노트. 2010. 2/10

제 3일. 나가사키.
~ 역사의 상처 ~
원폭 피해지, 동양 최초의 서양과의 문물 교통 기록, 문화재 등을 체험한다.


9. 나가사키 평화공원 (3) - 여러가지 흔적과 작품들

어느새 학생들이 하교할 시간인 모양이다. 평화 박물관에서 너우 오래있었던것 같다. 아직 볼거리가 많이 남았는데! 친구는 그에 불만인 듯 했다. 하지만..아직 평화공원에도 볼거리가 많았다..


나가사키 평화공원에는 아름다운 조각상들이 많이 있다. 흐린 날씨로 인해(?) 맑은 날에 비해 사진이 잘 안나온 것이 불만이다. 괜히 느껴졌던 쓸쓸한기분은 원자폭탄이 떨어진 곳이라서 그런 것이었을까? 혹은 날씨 탓이었을까? 하지만 이런 날씨는 좋아한다. 살짝 내리까는 어둠은 포근한 맛이 있다.


어머니가 아이를 안아올리고 있는 조각이 많다. 연약한 존재를 지켜주고싶은 어른들의 마음을 대변한 작품들이리라. 누구나 가지고 있는 약한 이들을 향한 연민은 어머니의 마음으로 표현될 수 있으리라.



어머니가 아이를 하늘높이 안아올린다.


하늘엔 무슨 희망이 있는걸까? 너무 많은 '비슷한'조각들이 있어 나중엔 지루하기도 했다.



심지어 이 많은 아이들을 머리에 이고있는 사람들의 모습도 있다!


이 여인은 비눌기와 함께 노닐고있다. 긴 머리의, 긴 치마를 입은 웃음을 띈 여인은 부드러움의 상징. 비둘기는 평화의 상징. 부드러운 평화가 우리 세계에 깃들기를.


하지만 저런 평화로운 조각들만 있는것은 아니다. 죽은 아이를 안고있는 어머니도 있다. 울지도 못하고, 어둡게 내리깐 눈으로 아이를 바라보고 있다.


죽어간 이들에게 바치는 시들지 않는 꽃. 이것이 조각의 진정한 의미가 아닐런지.

조각들만 있는것은 아니다. 종과 분수같은 기념물들도 있었다. 조각도 아름다웠지만, 이런 기념물들 역시 아름다운 멋을 풍기고 있었다.


사당(祠堂)같은 이미지. 종 아래엔 비석이 높여있고, 그 앞엔 꽃과 종이학을 담은 병들이 놓여있다.


네 아이가 하늘에서 종을 지키고있다. 저 겔트십자가(Celtic Cross)같은 원반은 무슨 의미일까. 네 아이가 이걸 들고 있다는건 또 어떤 의미일까.


종도 멋진 분위기를 풍겼지만, 여기 더 눈에띄는 것이 있다. '평화의 샘'이라는 이름의 분수다. 멀리서 바라보면 새가 날개를 퍼덕이는것 같은 형상으로 분수의 모습이 변한다.


정말 멋진 분수이다. 나가사키에 들리게 된다면, 바쁘더라도 이 분수만은 천천히 감상해보기를.


그리고, 이 분수의 의미가 친절하게 설명되어 있었다. 목속 깊이까지 타버린, 미처 죽지못한 피폭자들이 갈증을 호소하며 신음하고 울부짖으며 죽어갔다고..


그런데, 여기서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오타라니! 수십년동안 이 오타가 방치되어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니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유머는 어디에서든 생길 수 있는 법이구나. 심지어 원자폭탄이 터져 수많은 사람들이 끔찍하게 죽어간 곳을 기리는 장소에서 조차 말이다.


이곳에는 인공 기념물들만 있는것도 아니었다. 당시의 파괴된 건물의 잔해도 남아있었다. 그라운드제로와 너무 가까워서, 아마 처음부터 여기에 놓여있던 것은 아니었을거라 생각되지만..


날라간 성당의 기둥인 것으로 보인다. 평화박물관에서 봤었던 것이라서 알아보았다.


비가 많이 오긴 온 모양이다! 하지만.. 이 물이 고인 땅으로 내려갈 이유가 있었다. 멀찍이서 신기한것을 발견했기 때문. 이런건 가이드에도 없었고, 다른 여행자들의 블로그 여행기에도 못봤었는데! 재밌는 발견을 한 나는 당장에 계단을 뛰어내려갔다.


저런 구석에 볼거리를 숨겨놓다니! 관광객들에게 '찾는 재미'를 주려는 의도일까? 직접가서 보니, 당시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기 위한 장치였음을 깨달았다.


'ground level at the time of the atomic bombing(원폭 당시의 지면)'

정말 그때 당시의 모습을 남겨놓았었다. 돌, 모래, 금속, 또 어떤 광물들이 녹아 뒤엉켜있고, 산산조각난 파편들이 그에 박혀있는 모습. 화염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의 모습이다.


그리고..


고양이가 나타났다![각주:1]


일본엔 고양이가 많다더니, 정말 그랬다. 가는 곳 마다 고양이! 그리고 더불어 까마귀도 많다. 우리는 닭둘기[각주:2]가 주류인데!


종류도, 생도 다양하다. 이녀석들 눈매도 다양하다. 무슨 도둑고양이가 온 동네에 이렇게 많담! 이 동네뿐 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그랬으니. 도대체 일본엔 몇 마리의 도둑고양이가 사는걸까. 그런걸 한번 생각해 보는것도 재밌겠다. 어쩌면 다음 구글 채용면담에 나올지도 모르겠다.


이녀석은 귀가 짝짝이다. 한쪽은 둥글고, 한쪽은 뽀족하다. 참 별 고양이도 다있네.. 이렇게 고양이 사진을 찍으며 친구와 노닥거렸다. 아직 볼거리는 많은데 시간은 이렇게 흘러간다!


공원에서 벗어나는 순간까지 조각상이 기다리고 있었다. 여행자들을 마중나온 것일까? 하지만 더 볼거리가 많았고, 시간은 없었다. 이쪽을 바라보는 소녀상을 뒤로하고,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이제 원폭의 상처를 벗어나, 또 다른 역사의 흔적들을 보러 발걸음을 옮겼다.

ps. 이번 포스트는 글보단 사진 중심으로 했습니다. 그럼에도 흔들린 사진이 많은 점, 양해바랍니다.
  1. 요즘 아이폰으로 포켓몬스터를 즐기고있다.. [본문으로]
  2. 살이 너무 쪄서 닭같은 비둘기를 말한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