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죽었다. 
어제는 유독 일진이 사나운 날이었다. 출근길에 비가 많이 와서 신발을 홀딱 적셨고, 화장실에서 휴지를 뜯다가 손가락을 크게 다쳤다. 유독 책상에서 노트를 자주 떨어뜨리고 길을 걸을 때면 자주 발이 걸렸다.
퇴근하려는데 전화가 왔다. 완이 형 친구신가요?

사인은 뇌출혈이라고 한다. 발인은 내일. 서울까지 가서 일하다가 무슨 일이래. 뭐 때문에 그리 열심히 살았니. 동생이 고등학교 동창이냐면서 전화가 왔었는데, 동창들에게 연락이 안 된건가 - 하고 속이 쓰렸다. 재수할 당시에 친하게 지냈던 친구들에게 연락했는데 한 명이 서울쪽에 있어서 갈 수 있다고 했다. 나는 당장 서울까지 갈 수가 없었다.

며칠 전에도 그 녀석이 사랑했던 아티스트의 노래를 들었다. 내 가장 굵직한 음악 취향을 만들어준 두 명 중 한명이었다. 아직 장난스러운 표정이 떠오른다. 목소리가 기억난다.

그리고 몇 년째 바쁘다는 핑계로 만나기는 커녕 연락도 잘 못 한 상황이었다. 건너건너 어렴풋이 어찌 사는지 소식만 들을 뿐. 최근 몇 년간 그 녀석의 얼굴이 어떻게 변했는지 난 모른다. 내가 기억하는 얼굴은 벌써 10년 전의 얼굴이다. 

오늘은 그녀석의 발인이다. 비가 너무 많이 온다. 기록적인 폭우라고 한다. 속이 쓰리고 우울한건 폭우 탓인지. 그 녀석의 한 인 건지.

한 번쯤은 더 보고 싶었다. 완아.

허 완을 기억하며. 202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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