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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간다

...재미 없어.

아, 그것 참 피곤하군.
아니, 이게 아니라 -

이전에 보고서 기대했던 사람들을 만나러 다녔다.
예전에 내게 재미있는 말들을 들려 주었던 사람들. 비록 나름의 입장과 시간과 공간의 제약때문에 그들을 마주대할 순 없었지만, 그들의 생각이 어떻게 성정할까 하며 많이 기대해 왔었다.

..

그런데,
다들 하나같이 평범해 졌더군.

평범한 이야기를 하길래
평범한 이야기만 해 줬다.

고민을 포기한 세대에게는
희망이란, 없을텐데.

무엇보다, 재미가 없단말이지.
'진로걱정 정도라도 하면 생각이 깊은 녀석이라는 말을 듣는 요즘에, 뭘 더 바라냐'라고 한다면 할 말 없지만. 좀 봐주라고. 역사책속에 있던 심우를 가진 이들. 그네들이 너무 부럽단말야.

오래전, 데미안이 인상깊더라는 녀석을 만난 적이 있다. 흥미로운 말이다. 우리 세대에는 그 책을 제대로 읽은 이의 수는 그 책의 제목을 모르는 이의 수 정도가 아닐까 하고 생각되는 그 책을 읽고 뭔가 느꼈다니. 그땐 그걸 읽은 녀석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감사했었다.
광기와 몽상의 맛이 나는 이 소설에게서 녀석은 무엇을 읽은걸까. 이 이 녀석은 헤세에게서 무엇을 받아들였을까. 뭔가 생각된 것이 있던걸까?

막연하게나마 기대를 품고서 시도한 대화는 내게 실망을 안겨 주었다.
녀석은 데미안으로부터 별로 얻은것이 없었다. 내용조차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 것 같았다. 단지 데미안이 싱클레어와 가까운 자리에 앉고싶다고 생각하자 정말로 그 일이 일어났다는 내용에 대해 신기하게 생각했다는거라나. 차라리 '이 소설 뭐야. 작가가 미친놈같아.'라고 말해줬다면 더 나았을텐데. 이해는 못했더라도 최소한 내용은 아는거니까 말이야.
녀석에게 '시크릿'을 추천해 줬다. 누가 그거 실제로 일어난다더라 - 하고 말이지.



우연히 본거지만, 예배시간에 갑자기 종이 위에 '신은 외롭다.'라는 문장을 쓴 녀석이 있었다. 새신자였는데 저런 문장을 쓰다니. 녀석은 어떤 생각이 떠올랐길래 저런 문장을 썼을까? 신을 기억하지 않고 교회에 나와 행사준비를 하는 종교인들을 본 것일까?

그러나 대화는 역시 실망으로 끝났다. 대화를 통해 느낀건 이 녀석은 종교나 철학따위에, 아니, 그냥 삶에 별 관심이 없다는 거다. 녀석은 그냥 별 생각이 없었다. 속을 숨긴걸까? 그렇게 확실하게?  어떻게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서 저런 문장을 쓸 수 있는거지? 놀라운 일이다.
그는 의미를 모른체 단어들을 나열하는 것을 즐기는 듯 했다. 차라리 로맨티스트의 문장이 더 봐줄만 하겠다. 손발이 오그라들지언정, 비록 하잘한 것일지라도 그 나름의 생각과 의미는 포함되어 있으니까.

녀석은 왠 누나를 꼬셔보려다가 결국 말도 못걸고 교회를 그만두었다. 한심하긴.



그 이후로 만난 이들에게선 그의 문장을 스스로 읽거나 그의 이야기를 듣기 전 까지는, 오래동안 가까이 지내 이야기를 나눈 친우들을 빼고는 기대를 하지 않아왔다. 의식적으로.

하지만, 어리광과 같은 그리움은 또다시 기대감을 이끌었고 이 때에 와서야 내게 여운을 남겼던 이들을 찾고자 했던 것이다.



어린날, 내게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것은 즐겁지요.'라고 말한 아이가 있었다. 그때 속으로 '어, 이놈봐라?'싶었고, 나름대로의 고민을 하고 있는 아이라고 생각되어 많이 기대했었다.

...이 아이는 고민을 포기한 듯 했다.
이해는 한다. 어느정도가 되기 전 까지는, 이 짓이 무의미하리라고 생각될 수 있으니까. 스스로의 관점이라던가, 가치관 같은걸 튼튼히 하는것이 실질적으로 얼마나 큰 가치가 있는지 따위는 학교에서 가르쳐 주지 않으니. 아니, 오히려 그런 과정들을 바보같은 일이라고 가르치기도 한다.

하지만, 역시 아쉽달까.

시간이 흘러 다시 책을 잡으면 그 생각들을 다시 떠올릴까? 혹은 데미안을 읽었다는 놈이나 의미도 모르는 문자를 끼적이는 놀라운 능력을 가진 녀석과 같이, 어린아이의 허세아닌 허세를 부린 것이었을까.

어찌 되던 그들은 나의 사랑하는 사람들이지만, 역시 아쉬움은 어쩔 수 없구나.
그러나 이젠 언제까지라도 기꺼이 아쉬워 할 생각이다. 어차피 잃을 것은 없으니.
언젠가는 또 찾을 수 있겠지.

온전이 자신 스스로가 되려는 이를.
따져보면, 홈페이지를 만들거나 블로그를 연것도. 그런 이들을 찾으려는 욕심이 없진 않았구나.

아, 아무튼 부럽구나, 손무와 오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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