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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간다

비 오는 날에 머리위에 쓰면 짝퉁, 품 안에 품으면 명품이라고 누군가가 그랬다.




옛날 생각이 났다. 비가오던 날, 가방을 품고 뛰었었다.

가방속에는 책이 몇 권 들어있었다. 정말로 그땐 나는 젖어도 괜찮지만 책은 젖으면 안된다는게 당연하다고 여기고 있었다.
교복 마의를 벗어 가방을 감쌌었다. 그렇게 집까지 걸으며, 뛰며 돌아왔다. 집에 돌아와서는 젖은 옷을 벗어 대충 걸어놓고는, 젖은 몸을 수건으로 대충 닦고 침대에 드러누워 그 책을 읽었다. 그게 무슨 책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난, 많은 책들을 그렇게 읽었다.

책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버린적이 없다. 언제나 책은 쓰고싶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은 그것 뿐이었고, 그냥 쓰고싶었다. 자아 실현이라던가, 다른 어떤 거창한 생각때문이 아니라 그냥 쓰고싶었다. 출판하지 않아도 상관없었다. 한 두 명이라도 다른 독자가 있다면 그걸로 충분할 터였다.

이야기를 쓰고싶다. 요즘엔 예전보다 더 그렇게 생각하고있다. 이야기를 쓰고싶다.

누군가가 자신의 옷을 벗어서 내 책이 든 가방을 소중하게 품고 비를 맞아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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