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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즐기며/영화, 만화

베니싱 - 우리의 인내심도 함께 실종되다(스포일러)


베니싱을 봤습니다.
아래 내용은 베니싱(7번가의 실종)이란 영화에 대한 몇가지 중요한 스포일러를 담고 있습니다.


감독이 겉멋만 들었다고 생각했다. 욕먹을 각오 하고 만든 것 같으니 옛다 욕 먹어라!
 앞으로 '브래드 앤더슨'이란 이름을 보면 일단 피하고 보게 될 것 같다.



포스터 부터 사기

이건  재난 스릴러가 아니다! 재난이란 날씨나 인위적인 사고에 의해 생기는 것이 재난. 그런데 이건 그냥 미스테리 현상이다. 미스테리 스릴러..도 아니고 그냥 '미스테리'를 소재로 한 영상물. 처음에 갓 사람들이 사라질 때 (주인공인줄 알았던) 백화점의 영화관에서 일하던 아저씨 폴(존 귀레자모)가 그림자에게 습격받을 때 한번 놀라고, 그 뒤론 한번도 놀라지 못했다.


엄청난 기대를 불러 일으키는 예고편. 정말 재미있어 보인다. 그리고 저 장면 까지는 재미있다.

소재는 좋았다. 베니싱 현상(갑자기 사람들이 사라지는 현상)에 '그림자 귀신'같은걸 붙여서 영화화 했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그림자 귀신의 정체며 등장인물의 정체며 뭐가 뭔지 설명도 안해주고 사건만 늘어놓으니 개연성도 떨어져서 그저 당혹스럽다. 이 현상에 대해 납득할만한 정보를 알려주지 않는다. 관객을 정말 답답하게 하는 부분이다.


등장인물
에 관해 이야기해보자. 위에서 언급했던 영화관에서 일하던 폴. 그리고 아이를 잃어버린 의사 로즈 메리(탠디 뉴튼), 눈 떠보니 사람들이 사라져버려 당환하는 루크(헤이든 크리스텐슨), 빛을 찾아 교회로 갔다가 돌아오지 않는 바텐더 엄마를 기다리고 있는 꼬마 제임스(제이콥 바라모어). 이 네명이 주연이 되겠다. 사실 인물이 별로 없고 죄다 그림자라서 뭐라 해야할지 잘 모르겠다.
네명 다 너무 산만하다. 폴은 베니싱 현상이 일어나는 와중에 부상까지 당한 몸으로 로즈 메리에게 작업을 간다. 게다가 로즈메리는 그에게 키스해준다. 로즈 메리는 등장부터 끝까지 공황 상태로 산만한 행동을 한다. 아이 울음소리를 따라 유모차 낚시로 사망하는 장면은 애처롭기 보다는 어이가 없었다. 네명 중 가장 주인공(이젠 누가 주인공이었는지도 모르겠다만) 같은 루크는 다른 사람들을 이끌어야 할텐데 발목을 다쳐 자기 몸도 제대고 간수하기 힘들어보인다. 게다가 막바지에 이르러 허무하게 사라진다. 루크가 '안나-'하며 사라져버렸을 때 욕지기가 나왔다. 뭐..헤이든 크리스텐슨의 이름이 루크였다는 것에선 좀 웃었다.(왕년에 스타워즈의 다스베이더 역을 맡았었다.) 제임스는 잘 하다가 교회를 보고는 엄마 생각이 나 교회 안으로 뛰어들어간다. 그 때문에 루크가 죽는다.
그리고 이들 등장인물들의 행동이 너무 제한적이다! 옛 3d게임의 게임 케릭터도 아니고, 주편에 널부러진 잡동사니만 불태워도 좀 더 오래 살았을텐데. 주변에 태울 물건이 천지다. 술도 알코올이며, 기능 정지된 차들에는 연료가 남아있었다. 그걸로 횟불을 달랑 한번 하나만 만든다. 쥬크 박스며 쓸데없는 조명은 다 켜 놓고서 털털거리는 비상용 발전기의 연료가 별로 없다며 벌벌 떨고 건전지나 주우러 다니고있다. 이렇게 멍청하고 답답할 수 가 없다.


또 신비스런 여자아이 브리아나도 중요한 케릭터로 보인다. 그러나 끝내 그 정체를 알 수 없었다. 도입부가 지나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시잘할 무렵에 나타났다가 중간에 한번씩 튀어나와 빛을 비춘 뒤 도망간다. 마지막에 촛불 하나가 꺼지지 않은 덕에 홀로 남은 제임스에게 나타나서 '내 침대야' 하?! 밤세 어디에 갔다가 해가 중천에 뜬 뒤에 나타나서 하는 말이 '내 침대야?' 신비로운 분위기는 순싯간에 사라지고 평범한 소녀가 남는다. 태양열 발전덕에 베터리가 떨어지지 않는단다. 영화 중간에 태양열 발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그 태양이 없어요'라고 해놓고는. 브리아나의 손전등인 강화 +13쯤 되는 손전등인가보다.
게다가 사건이 진행될 때도 스릴도 사실 부족해서 몰입이 안된다. 전반부엔 비명도 지르고, 뭐가 휙휙 빠르게 지나갔었는데 뒤로 가서는 비명조차 지르지 않고 고통도 없다는 듯 조용히 사라져간다.
 


시카고 WDVD의 러트 데이비드 루크가 방송국에서 본 영상에 나타난 사람. 시카고에 뭔가 해결책이 있을 것 같은 암시를 준다. 하지만..

 


시카고도 이꼴..그림자 들이 버티고 있다. 저 세명의 그림자는 사라져간 주연 세명 인 것 같다.

이 외에도 여러가지 떡밥을 뿌려놓고 수거하지 않았다. '크로아톤'의 의미 등...이건 열린 결말이 아니라 무 결말이다. 참신한데?! 브래드 앤더슨!


 그냥 말을 타고 슬슬 나아가며 영화 는 막을 내린다. 납득할 수 없다.

'결국 그래서 뭐였는가?'

이게 뭔 영화제 상을 받았다느니 하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단지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에 '뭔가 그럴듯해!'하고 표를 준건 아닌지? 이건 너무 불친절하다. 끝날 때가 다 되어도 마무리할 기색을 전혀 보이지 않아 초조하게 만들어 놓고는 그냥 끝내버린다. 이유도 모르겠고 결론도 없는 답답한 영화다.
미스테리라는 것에 집중해서 이 영화를 미스트에 비유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미스트는 군사실험의 문제로 인해 차원 왜곡이 일어나 다른 차원의 괴물들이 나타났다는 명확한 설정이 있었고, 그걸 알려준다. 또한 폐쇠 공간에서의 인간들의 심리변화에 대해 잘 표현하고 있었고, 마지막의 '자살과 탱크'는 울화통 터지는 안타까움을 주지만 그들의 정신상태를 볼 때 납득할 만한 결말이다. 하지만 이건 이도 저도 아니다. 결국 그래서 뭐였는가? 감독은 실종을 소재로 한 영화에서 많은 것들을 실종시켜버렸다. 정말 적절한 제목이다.

위 글은 리데아 커뮤니티(http://rlidea.com)에서 쓰여진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