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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즐기며/게임

과거의 세계, 이것은 그 세계의 연장 - 마비노기 영웅전


나는 온라인 게임을 잘 즐기는 편이 아니었다. 게임 자체도 그리 많이 즐기지 않았지만, 즐긴다 해도 '록맨', '포켓몬스터' 같은 것들을 좋아했다. 친구의 권유에 의해 바람의 나라, 어둠의 전설 따위의 온라인 게임을 접했었지만 레벨 20도 넘기지 못하고 그만두었었다. 별로 재미가 없었다.

그런데 '마비노기'라는 게임을 접했다. 그건 이전까지의 온라인 게임과는 다른 재미가 있었다. 바로 '커뮤니티'다. '수다노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다른 게임에 비해 소통이 많았던 게임이었다. 캠프파이어를 피워놓으면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 그 주위에 앉아서 휴식을 취했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대화가 오갔다. 음유시인들은 불가로 다가와 음악을 연주했고 음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그곳에 둘러앉은 다른 이들과 나누어 먹었다. 그건 정말 재미있었고, 소소한 재미가 가득했다.


당시의 그래픽. PC사양도 별로 안좋았었지만 기본적으로 지금과는 좀 다르다.

그래픽도 시스템도 점점 세련되어져 갔지만, 사람들의 모습은 점점 다른 게임들과 비슷해져갔다. 소통이 줄어들고 게임의 목적은 '강한 케릭터'의 육성이 되었다. 즐거울 수 없다면 강한 케릭터가 무슨 소용일까. 성적을 올리듯 레벨을 올려 강해지는 것은 별로 흥미가 없었고 접속해도 외로운 기분이 계속 들어 게임에서 멀어져갔다.

하지만 마비노기라는 게임에서 느꼈던 즐거움은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고, 마비노기를 만든 '데브켓'이 만든 다른 게임에도 자연스럽게 관심이 갔다. 그리고 마비노기 타이틀로 나온 두번째 작품, 마비노기 영웅전에 대해 서비스 시작 전 부터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영웅전 플레이장면. 사실 상당히 폭력적이다.


마비노기 영웅전은 마비노기와 시스템도, 플레이 방식도 판이하게 다르다. 커뮤니티를 강조하지 않은 액션게임일 뿐이 었다. 그런데.. 그 액션이 흥미진진하다.


애초에 난 손이 많이가고 속도감 있는 액션게임을 좋아했다. 그런데 마비노기 시절까지는 그런 게임이 별로 없었다. 빠르게 돌아가는건 해봐야 FPS정도이고, FPS는 멀미가 나서 할 수가 없었다. 마비노기는 액션이 빠르지 않더라도 커뮤니티라는 다른 장점이 있었기 때문에 즐겁게 할 수 있었다. 혼자 하는 마비노기는 별로 재미가 없다.



요리조리 피해다니며 기회가 날 때마다 데미지를 주는 방식의 게임이 재미있었다. 그래서 '록맨'시리즈를 좋아한다. 플레이 스타일은 록맨과 많이 다르지만 마영전의 전투방식은 충분히 속도감있고 흥미진진하다. 여러가지 케릭터가 있지만, 내가 원하는 플레이 스타일에 맞는 마법사 케릭터인 '이비'를 선택해서 즐기고 있다.

커뮤니티가 약해 새로운 사람들과 친해지는건 쉽지 않지만, 오프라인의 친구들과 함께 호흡을 맞춰 무시무시한 적을 쓰러뜨렸을 때 환호성이 터져나온다. 사실 그 외는 거의 혼자서 하게 된다..



전작 마비노기에 있었던 시스템도 만날 수 있어 반가웠다. 위 모습은 '팔라딘'으로 변신한 모습. 전작에서도 하루에 한번 빛의 기사 팔라딘(혹은 어둠의 기사 다크나이트. 시나리오를 통해 둘 중 하나로 선택한다)으로 변신할 수 있었다. 마영전에서도 할 수 있다. 다만 변신의 조건이 더 까다롭다.



'이야기'역시 게임에서 빼놓기 힘든 요소다. 전작 마비노기의 두번째 장점이 이야기였다. 메인 스트림이라 불리는 에피소드를 따라 세 용사 이야기를 추적하다가 구속된 여신을 구출하고, 마족의 위협으로부터 세계를 구하는 일련의 이야기.그 이야기를 따라가는 모험은 정말 흥미진진하고 즐거웠다.

 마영전의 배경은마비노기에 나오는 사람들의 조상들의 이야기다. 옛 영웅들의 이야기는 언제나 가슴을 뛰게 하지 않던가? 마비노기 영웅전의 이야기는 마비노기 때처럼 진행속도가 빠르거나 흥미진진하진 않지만, 각 NPC의 소소한 일상과 이야기들이 전해진다. 게다가..NPC가 죽어나간다! 하나의 비디오게임을 하는 듯한 시나리오도 매력적이다. 모든 시나리오가 끝나고 쓸만한 떡밥이 다 떨어지면 이 게임이 어떻게 될지..



아쉬운 부분도 있고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도 분명 있지만, 마비노기 영웅전은 매력적인 게임이다. 마비노기 타이틀에서 커뮤니티가 약해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가 쉽지 않은점, 그리고 뷰티샵의 케시아이템이 죄다 기간제인 부분 등은 마음에 들지 않지만 게임 자체는 재미있다.

마비노기의 그 느낌을 어디서 다시 느낄 수 있을까. 조금 아쉬운 의문과 함게 이야기를 따라 가는 모험을 계속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