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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롭게

ICL 수술을 받았습니다.



그간 소식이 뜸했는데 ICL수술을 받았어요.


고도 근시라서 라식도 라섹도 안 된다고 해서.


눈에 레이저로 구멍 뚫고 렌즈 박아넣었는데 여러가지로 피곤합니다.


웹에 이에 대한 정보가 적은 것 같던데 회복다 되는대로 후기를 쓸 생각이에요. 미리 알아두지 않으면 놀랄 수 있는 부분들이 많아서.


일단 간단하게 씁니다. 라디오 사연에 올린건데 앞 뒤 때고 그대로 붙여넣기 했습니다.




이번에 해운대에 놀러갔다가 파도에게 안경을 빼앗겼는데, 아버지께서 새로 안경 살 바에 차라리 수술을 하자고 하셔서 수술을 하게 되었어.
시력 교정 수술 하면 라식이나 라섹이 유명하잖아. 그런데 ICL이라는 것도 있더라?

라식은 각막을 벗겨낸 뒤에 안쪽을 깎아서 교정하는거고
라섹은 각막 외피를 깎아서 교정하는건데
ICL은 그냥 렌즈를 눈 안에 박아넣는 수술이야. 나도 이번에 수술하면서 처음 알았어.

난 쓰던 안경 도수가 -10 정도인 고도 근시야. 책의 글자를 읽으려면 책과 눈의 거리가 5cm정도는 되야 읽을 수 있었고 달력을 볼 때 안경을 벗으면 하얀 종이만 보이는데 안경을 끼면 숫자가 나타나곤 했지. 5m 정도 거리에서 비슷한 옷을 입은 두 사람이 서로 껴안고 있으면 한 사람인지 두 사람인지 구분하기 힘들 정도였어.
아무튼 고도 근시라서 의사가 라식도 라섹도 안 된다고 그러더라고.
그러면서 ICL을 추천해줘서 다른 선택지가 없어서 수술을 하기로 했지.

녹내장 예방한다며 눈에 구멍 먼저 뚫고, 몇 일 지나고 눈에 렌즈박는 본 수술을 해.
수술에 쓰는 렌즈를 스위스의 '스타'라는 회사가 독점하고 있어서 녹내장 예방 수술 한 뒤에 2-3주 지나야 본 수술을 할 수 있다던데 난 렌즈가 10일만에 와서 좀 빨리 했어.

근데 녹내장 예방 수술할 때 레이저로 눈을 지지거든? 눈을 못 감도록 고정시킨 뒤에 하는데 초록색 빛이 반짝 반짝 하면서 치직 치직 하는 소리가 나. 계속 빛이 번쩍거리는 걸 보다보니 속이 매스껍고 힘들더라고. 일본 애들이 발작을 일으켰다던 포켓몬스터 효과가 이거구나 싶었어.

그리고 렌즈 삽입하기 전에 안압을 낮춘다면서 눈을 10분정도 누르고 있는데 그것도 진짜.. 따겁거나 바늘로 찌르는 느낌처럼 아픈건 아닌데 식은땀 나고 갈증나고 손 발을 가만히 두기 힘든 그그그 그런 괴로움 있잖아. 간지러운 거랑은 또 다른데 아무튼 아오 진짜 그건 힘들었어. 막상 수술은 별로 안 힘들었는데 말야.

아무튼 수술 다 잘 되고 안경 안 껴도 나서 수술 후 관리 중이야.

근데 이것도 골때리는게
2주간 눈에 물이 들어가면 안 된다고 세수도 하지 말라고 하더라고?
수술 전에는 수술 다음 날 바로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다고 하더니 2주간 세수를 못 하면 그게 정상적인 생활이 되냔 말이지.
지금 수술한지 1주일 되었는데 1주일 동안 고양이 세수만 했어. 머리감는건 처음엔 물안경 끼고 하다가 눈 압박되는게 아파서 n자 모양으로 고개를 바닥으로 꼬라박은 채 머리를 감고 있어. 인간이 맘 편히 씻을 수 있는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깨닫게 해준 한 주였지.

또, 2개의 안약을 하루에 6번 씩 넣고 자기 전에 안연고라는걸 넣는데
이 안연고라는게 눈에다 넣는 연고야.



마데카솔 비슷한데 이걸 눈 아래쪽 뒤집어서 시뻘게 나오는 부분에다가 넣고서 눈을 감는 형식으로 발라. 바로 눈동자 위에 바르면 눈 밖으로 다 삐져나오거든.
아무튼 이걸 바르면 그날 밤 내 눈은 봉인되버려. 끈쩍거려서 눈이 잘 안 떠지고, 억지로 눈을 떠도 연고 때문에 흐릿하게 보여서 사물을 식별할 수 없어. 그래서 이걸 바른 뒤에 목이 마르거나 화장실에 갈 때 눈 감고 돌아다니는데 2틀간 다리좀 찍고 나더니 이젠 벽만 손에 닿으면 눈 감고도 잘 돌아다녀.

그런데 말야. 지금은 좀 회복되어서 컴퓨터 화면도 볼 수 있지만 수술 직후엔 밝은걸 보면 눈이 아파서 힘들었어. 밤에 가로등 빛 같은걸 보면 등 주위로 동그랗게 빛 무리가 생겨서 심하게 눈이 부시고, 낮에는 햇빛 때문에 눈을 들 수가 없어서 나갈땐 썬글라스에 캡 모자를 쓰고 뱀파이어처럼 햇빛을 피해다녔지.

눈이 불편하니까 정말 할 수 있는게 확 줄어들더라고. 책도 못 보고 게임도 못 하고 영화도 못 보고 밖에 나가기도 힘들고. 그럼 음악을 들으면 되잖아 하겠지만 그것도 원하는 곡을 들으려면 눈이 보여야 틀 수 있더라.
이어폰에 리모컨이 달려있어서 그걸로 재생해서 랜덤으로 줄창 음악만 들었어. 다음 곡은 뭐가 나올까 조마조마. 넥스트의 노래가 나오면 속으로 쾌재를 부르면서.

아무튼 그랬어. 나도 시력이 굉장히 나빠서 불편했지만, 아에 보이지 않는 사람들은 얼마나 고충을 겪고 있을지 다시 생각해봤던 한 주 였고.. 결론은 눈 나쁘면 고생이니까 다들 눈 관리 잘 하셨으면 좋겠습니다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