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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야기를 찾아/글 이야기

시인의 검

[현대 시]

시인의 검
- 김 규 동 -

꽃을 흔들고
날아가는 새의 날음을 보기 위해
눈을 감을 것은 없다.
오늘 살면 내일 살일이 태산 같은 삶을
심장으로부터 떼어내기 위해
어둠의 불빛 아래를 헤매일 것은 없다.
괭이를 잡은 손과
펜을 쥔 손의 다름을 알기 위해
공해에 찌든 들판을 지나는 바람소리에
귀기울일 것은 없다.
시인의 검은 치욕의 검이거니
가장 합리적인 웃음과 눈짓을 거부하고
자유를 가두는 운동을 미워하며
체제를 또한 믿지 않으리라.
날개가 아니며
형태가 아니며
관념이 아니리니
숨쉬는 자유와 만나는 자유를
백두산에서 한라산 끝까지
하나되어 솟구칠 통일의 강을 노래하리라
피흐르는 화목을 이뤄가리라
시인의 검은
묶인 것을 자르는 바람결이거니
화살보다 빠른 뇌성이거니
육중한 것 기름진 것을 모조리 불태우며
억압을 푸는 날랜 손이리라
난초잎에 비낀 달빛이 아니어라
가슴 깊이 파헤쳐진 국토에
시멘트에 묻혀 잠드는 철근더미를
한맺힌 늑골이라 생각하자
조직이요 벽이라 느끼자
어둠이 짙으면 귀신 같은 흰빛이 다가오리
죽은 자의 혼도 일어서는
나날의 놀라움으로
어떤 시대에도 속하지 않는
오늘의 암흑을 노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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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러버려...?
아니, 아니 미안해.
좀 더 마음속에 박아 둬,
미쳐버린다구..?
아니, 아니,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마음 속에 묻어 둬.
울어버려..?
아니, 아니, 아니, 아직 아니야.
조금만 더 참고 기다려 줘.
듣고싶지 않아
귀를 틀어막아도 소용없어
떠나고 싶어
어디로 가도 피할 순 없어
어쩌라고...
참아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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